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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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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누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그냥 집에서 논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제일 많은 일을 하는 사람,
직업을 묻는 칸에 주부라고밖에 쓸 수 없는 자신이
간혹 바보같이 느껴지는 사람, 나는 전업주부입니다.”
우리 모두 그 사람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모른다
: 언제나 곁에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존재에 관하여
인생의 어느 시기를 전업주부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다들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전업주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업주부는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바깥에서 돌아온 이들의 투정을 묵묵히 듣는다.
집이 곧 직장인 이의 삶이다.
전업주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고 생각해버렸던 건 아닐까?
언제나 곁에 있었던 그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래서 담아보려고 한다.
커리어 우먼의 화려한 성공기 말고,
육아와 일을 모두 쟁취한 파워 워킹맘의 분투기 말고, 진짜로 그냥 전업주부 이야기를.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 129쪽「전업주부의 월요병」 중에서
경계의 주부
: 묻어둔 꿈과 끝없는 집안일 사이에서,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 사이에서
작가는 오랜 시간 주부로 살면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순간 부단히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내밀한 파동까지도 오롯이 담아내니 겉보기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어제와 다르게 기록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삶의 기쁨들,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작가는 부지런히 쌓아둔다.
하루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글에서 싱그러운 바람 냄새, 따뜻한 햇볕의 냄새가 난다.
늘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종종 우울하다.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만 때때로 서로를 미워한다.
그 둘을 어르고 달래며 또 하루를 맞이한다. 도전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망설이다
집으로 숨어버리고 안락한 집 안에서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지럽던 날들이 있다.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일, 도전
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가기 전에는 뜸을 들이며 여전히 집안일에 머문다. (중략)
그동안 보자기에 싸서 남에게 주어버렸으면 했던 바로 그 집안일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버리고 싶었던 집안일이 나를 안전하게 감싸는 이 아이러니!
― 45쪽 「집안일의 쓸모」 중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전업주부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에세이는 한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에 돌멩이가 되어 날아온다.
마음에 파문이 인다. 정갈하고 부드러운 글이지만, 술술 읽어버리기엔 여운이 곳곳에서 번진다.
30년 가까이 밥을 했어도 여전히 서툴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서서히 알게 된다.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가 나일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이르자 뜻밖의 위안과 희망이 전해진다.
‘전업주부’라는 단어에는 온갖 감각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종종 헤매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나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새로운 하루를 위해 익숙한 일을 하는 사람.
그의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다.
전업주부의, 전업주부에 의한, 전업주부를 위한 책이자,
전업주부 덕분에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
다정한 이들에게, 겁 많은 이들에게, 외로운 이들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전업주부에게 이 작은 책을 바친다.
■ 책 속에서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주부다. 다른 직업이 없으니 전업주부요,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니 불량 주부다. 남의 세상이 좋아 보여 한 발 넣었다가도 낯설고 두려워 발을 빼는 겁쟁이고 잠시 훔쳐본 그곳을 잊지 못해 동경하고 흠모하는 욕심쟁이다. 직업을 묻는 각종 양식의 빈칸에 주부 외에 달리 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 종종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 17쪽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안일만 안 해도 된다면 공부도 할 수 있겠고 긴 여행도 모험도 글쓰기도 근사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일, 도전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가기 전에는 뜸을 들이며 여전히 집안일에 머문다.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 별거 아닐 거란 호기, 하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우습게 여기고 미루기에 집만큼 안전한 피난처는 없다. ― 45쪽
어른이 되고 동화책에 쓰이지 않은 부분을 살면서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그 너머에 있다는 걸 알았다. 베일을 쓰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 만화영화의 뒷이야기는 내가 직접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낯선 인생의 장에서 힘겨울 신혼의 아내들과 밤낮이 바뀐 아기 때문에 힘겨운 초보 엄마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식구들 먹이고 입히느라 거울 볼 시간도 없는 젊은 아낙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삶은 여전히 동화이며 주인공은 우리들 각자이고 우린 자신만의 동화책을 지금도 쓰고 있는 셈이라고. ― 106쪽
처음 만난 분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줌마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밖에 나갈 때는 ‘놀이’라고 얘기했던 집 안의 잡다한 일들에서 손을 떼는 게 찜찜하다. 미리 해놓거나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서 앞치마를 걸쳐야 마음이 풀린다. 바로 그게 이십여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주범이라니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124쪽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 129쪽
내 안에는 내가 둘이다.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와 그냥 ‘나’다. 둘은 적당히 나설 때를 알아서 그런대로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지만 가족들을 집에 남기고 며칠 떠나 있는 동안은 예외다. 내 안에 살고 있는 두 개의 내가 서로를 주장하며 티격태격 싸운다. ― 175쪽
어느 날 가방을 꾸려 훌훌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가 갈수록 아득해져서 이제는 다시 꿈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면 아쉬운 일이고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 그렇다면 그 또한 서글픈 이야기라 꿈마저 마음대로 꾸지 않으려고 한다. 아껴두는 사탕처럼 감추어서 보이지 않는 보자기로 꽁꽁 묶어두었다. ― 224쪽
동그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주부의 정의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세상의 주부들을 가운데부터 채워 넣는다면 나는 아마도 원의 가장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애써서 원의 중심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주부의 일을 하고 싶다. 우선 ‘딱히 모범 주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나는 주부이기 전에 자유인이어야 한다. ― 229쪽
자신 대하기를 소중한 이를 대하는 것처럼 할 것. 나도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 269쪽
나는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매 순간 흔들린다. 세상이 불친절하고 차가워도 여전히 꿈을 꾸지만 이제는 자신감의 탈을 쓴 무모한 도전 대신에 여전히 서투른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들을 버리기로 한다. ― 273쪽
■ 저자 소개
라문숙
남편과 아이,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산다.
전업주부로 오래 살았으나 여전히 서툴다.
일상의 작은 조각에서 기쁨을 발견한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글을 읽는 순간을 아낀다.
스러지는 모든 순간들이 영원으로 모일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브런치에 단어벌레라는 별명으로 글을 쓰고,
매일 마음을 담아 밥을 짓는다. 지은 책으로 『안녕하세요』가 있다.